김호구는 오늘도 호구다




건강검진을 받았다.

외국에 살때는 조금만 불편해도 학생 건강보험으로

바로바로 병원에 갔다. 동네에 푸근한 아주머니 의사 선생님이 운영하시는 한국의 가정의학과 같은 곳을 다녔기에 검진을 따로 할 필요 없이 매번 체크를 할 수 있는 시스템 이였는데 한국에 온 뒤로는 도통 신경을 쓰지 못했다. 그러다 마흔을 앞두다 보니 주변 여기저기서 한명씩 탈이 나기 시작해 크고 작은 수술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러면서 꼭 듣는 이야기가 “너도 빨리 검진 받아봐”

무서웠지만 늘 신경을 쓰거나 스트레스 받으면 자주 몸이 아프기에 더 미룰 수 없다. 게다가 최근 코로나 걸리고 면역이 죄 무너져 골골거리는 차에 예약을 하고 갔다왔다.

검진은 생각보다 아프지 않았고 참을만 했으며

하고나니 어른같은 느낌도 들었다. 진작할껄.

홀가분한 마음이 들며 씩씩한 상태로 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불쑥 불안한 마음이 올라와 겁이 나기 시작한다.

(가기전에 기도를 엄청 했는데 생각해보니 결과에 대한 기도가 아닌 검사 안아프게 해주세요가 기도였다는 멍청한 tmi)

‘결과 안좋으면 어쩌지.’

3일 후에 문자와 메일로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이거 참 심각하다. 분명 한글로 된 간단한 한문장인데 왜 이리 이해가 가지 않는 단어 투성인걸까. 도통 무슨말인지 모르겠어서 곧바로 병원에 전화했더니 별일 아니니 내원하셔서 간단하게 염증 치료 하시면 된다는 이야기.

전화내용 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다음날 병원으로 향했다. 워낙 스트레스 받으면 여기저기 염증도 잘 생기고 자가면역질환도 오래 앓았던 적이 있는데다가 최근 걸렸던 코로나에 염증이 나오는건 당연한 수순이겠다 싶었다. 적어도 진료실에 들어가 의사를 마주하기 까지는 말이다.

하지만 진료실에 들어가보니 세상은 생각처럼 쉽게 굴러가지 않는다는걸 또 한번 느끼게 된다.

진료실에 들어가 앉자마자 의사는 세상 심각한 말투로 종이를 꺼내 용어를 크게 쓰시며 팔로 큰 제스쳐를 머리위로 가슴앞으로 마구 하시면서 강의를 하기 시작하신다. 대충 말씀을 요약 하자면 이 염증에 대해 검사를 하자는 이야기. 염증에 대한 검사 결과는 2가지로 나올것인데 정상이면 염증만 치료하면 되지만 정상이 아닌것으로 나오면 이건 또 다른 이야기가 된다는 이야기 인거 같았다.


사실 무슨이야기 인지 잘 모르겠었다. 나에게는 빙빙 돌려 하시는 말씀을 똑뿌러지게 알아차릴 재주는 없었다. 그렇게 헐레벌레 의사의 행동과 말에 괜한 걱정이 들면서 검사를 하고 진료실을 나왔다.

그런데 검사비가 생각보다 상당했다.

비보험 검사란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상하다는건 잘 못느꼈었는데 병원문을 나와서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던 순간 뭔가 느낌이 쎄한거다.

‘왜이렇게 헐레벌레 되었지?

그래서 어떻게 된다는거야.

왜 말을 저렇게 빙빙 돌려 설명하지?

검사비가 원래 이렇게 비싼가?

네이버 후기에는 여기 과잉진료나 그런거

없다고는 했는데…’

별 생각이 다 든다.

집으로 와서 서치를 시작했다.

나도 참 바보 같은게 검진결과를 보고 그 단어를 모르겠으면 네이버나 여기저기 검색을 해볼걸 왜 하지도 않고 병원가서 이런 멘붕을 당하는건가 싶은거다. 물론 인터넷에 나온 지식들이 백프로 맞는 말들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공통된 의견들을 머릿속에 넣어가면 의사의 헐레벌레쇼 앞에서 예리하게 질문을 탁! 쏘아서 나의 사리분별에 협조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찾아보니 유투브나 네이버에 나와 같이 결과가 나온 사람이 너무 많았고 이런 염증은 한국인에 80프로 였다는것. 너무나 흔한 염증반응이였고 스트레스 받으면 생겼다가 없어지는 염증인데 아마도 의사는 내가 모르는것 같았는지 잘됐다 싶어 설명을 두리뭉실 빙글빙글 돌며 하셨던거 같다. 이쯤되니 과잉진료 없는 병원이라는 후기도 의심이 되기 시작한다.

뭐. 사실 검사를 해서 나쁠건 없다.

그래도 참 기분이 그러하다.

의사의 헐레벌레 쇼에 정신을 홀려 그날 오후는 아무것도 못했다. 별일 아니네 부터 암인가 뭐지, 그래서 나 죽는건가 까지 갔다 왔으니 힘이 다 빠질 수 밖에.


비싼 검사의 결과는 이번주 내에 나온다고 했는데

아직 소식은 없다. 그러다 여기저기 찾다보니 면역력을 길러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았고 아연을 먹으면 좋다는 이야기도 많았다.


지체할 수 없다.

면역을 위해 바로 새벽배송으로 아연을 주문한다.

다음날 아침.

새벽운동을 갔다오니 집앞에 아연이 와있었다. 세상은 참 좋아졌다. 오늘부터 면역최강인간이 되보겠다며 호기롭게 병뚜껑을 열어 시원한 물한잔과 아연 1알을 섭취를 했고 기분좋게 샤워를 하는데 갑자기 슬슬 현기증이 나기 시작하며 10분 후에는 오바이트를 시원하게 한것이다. 태어나서 오바이트를 손에 꼽을 만큼 하지 않는 사람인데. 이게 무슨일인가 싶었다. 갑자기 너무 어지럽고 속이 좋지 않아 침대에 누워 쉬다가 핸드폰으로 검색을 한다.



아연 빈속



난 같은 일을 백번 반복하는 멍청한 인간이다. 네이버에 찾아보니 해당 브랜드 영양제가 아연 함량이 고함량이라 빈속에 먹으면 나처럼 된다는 글이 너무 많았다.

누구는 식은땀을 흘리며 쓰러졌다고 한다.

이번 한주의 교훈은 미리 공부를 하자.

서치를 잘하자.

제발.


+

오늘 나온 결과 :정상

역시 김호구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