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La vie quotidienne pas si simple
21 OCT - 27 NOV 2022 
seoul national university museum
group exhibition 

 

일상, 필연성의 공장
일상은 필연의 연속이야. 필연성이 만들어지는 공장이라 해야 더 정확해. 그것에서 달아나는 게 가능하지 않다는 의미에서야. 당신이 당장이라도 비행기를 타고 파리나 뉴욕으로 날아갈 수 있다고 치자. 하지만 일상은 그곳에서도 변함없이 촘촘해.
종종 우스꽝스럽고 코웃음을 치게 만들어. 하지만 끔찍하기도 해. 하루에도 몇 번씩 화가 치밀어 견디기 어려울 때도 있지. 어떻든 외면하거나 피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중요해.
일상이 필연성의 공장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해. 당신이 마주하는, 인식 가능하거나 가능하지 않은, 일상을 구성하는 모든 요인들이 필연성의 재료가 돼. 전쟁, 수전노와 노숙자들의 사회, 크고 작은 마음의 상처, 그리움, 심지어 기후도 그렇다. 당신이 실제 겪은 사건이 특별히 중요해. 이건 아주 중요한 문제야. 일상이 필연성을 만들고, 그 필연성과의 밀고 당김, 엎치락뒤치락에서 ‘자아’가 형성되기 때문이야.

팝아트(Pop Art)의 일상
팝아트(Pop Art)도 일상에 대해 말했지. 하지만 팝의 일상은 ‘불행’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제다. 물론 불행은 추악하다. 하지만 추악함이 없는 일상은 진짜 일상이 아니야. 그건 백화점이나 슈퍼마켓 안으로 축소되고 교묘하게 편집된 일상일 뿐이야. 팝의 일상은 감미롭고 확신에 차 있어. 하지만 바로 그로 인해 ‘가짜고 피상적인’ 모든 것의 이름인 ‘지옥’의 사촌 격이 되고 말지. “지옥은 존재하려고 하고, 또 존재한다는 환상을 주는 무(無)이다! … 불행에 빠진 사람들에겐 삶이-죽음보다 하등 나을 것이 없는 삶이-가장 감미롭게 느껴진다.”(시몬느 베이유 Simone Weil)
이를테면 팝의 일상은 살아남는 것에만 집착하는 일상인 셈이야. 그리고 살아남으려는 집착만 남은 바로 그때가 바로 ‘극단적인 불행’이 시작되는 시점이다. 이 극단의 불행은, ‘나’라고 말할 수 있는 힘인 자아를 파괴하기도 해. 이 파괴는 자아에 일어나는 가장 나쁜 일이야. 왜냐하면, (세상에 대한) 집착과 강박과 욕망의 원천인 ‘나’를 스스로 파괴하는 기회를 박탈하기 때문이지. 그렇게 되면, ‘나’를 스스로 파괴할 때 주어지는, ‘거리를 가질 수 있는’ 마지막 남은 힘마저 소멸되고 만다.

결코, 小小하지 않은 日常
필연성에서 벗어나려는 애씀에서 철학이 발생한다. 하지만 철학은 필연성을 문제 삼을 수 있을 뿐 그것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힘은 없다. 그렇다면 그 자체 고백의 형식인 예술은? 베이유는 회화가 도달해야 하는 상한선을 절망적으로 높여 놓았다. “무기 징역에 처해진 죄수의 감방에 걸려도 끔찍한 것이 되지 않을 수 있을 만한 그림”, 대체 어떤 형식, 어떤 깊이여야 가능한 단계인가. 가야 할 길이 아직 많이 남아있음이 분명하다. 이에 대조하면 이 시대의 많은 것들은 이류, 삼류에도 미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小小하지 않은 日常》전에서 일상은 확신의 공간이 아니라 그것을 흔드는 공간이다. 그렇기에 소비활동으로 위축되고, 코카콜라나 메릴린 먼로로 대변되는 팝의 범주화된 일상과는 거리가 꽤나 멀다. 《小小하지 않은 日常》전은 메이시스(Macys)나 쁘렝땅(Printemps) 백화점의 가판대에서 추방된 것들, 애플(Apple)의 미니멀리즘과 구글(Google)의 문화 전체주의 노선에 포섭되지 않은 일상을 재소환한다. 꿈, 야생이 부르는 소리, 큰 눈망울에 고인 눈물, 무성한 열대림을 배회하는 사람, 연약하고, 관계적이고, 불안정한 것들…. 또는 사람의 청력이 이미 충분히 쇠퇴했기에, 나비, 사슴, 토끼, 말, 새, 그리고 이름 모를 식물들이 대신 상실과 회복의 메신저가 된다.

이 기획전이 지친 몸을 쉬어가는 오아시스 같은 것이면 참 좋겠다. 코로나 감염병 사태가 여전하기에. 함께 한 분들이 아니었다면, 《小小하지 않은 日常》전은 실현되지 못했을 것이다. 대구예술발전소의 강효연 예술감독님, 프랑스 쪽의 큐레이팅을 이끈 프랑수아즈 독끼에르 교수님, 다섯 분의 프랑스 작가와 아홉 분의 한국 작가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심상용
서울대학교미술관 관장

 

전시부문: 회화, 조각 등 150여 점
참여작가: 김참새, 노순천, 문채원, 박시월, 서제만, 이은영, 임춘희, 정성윤, 한상아, 로만 베르니니, 에디 뒤비엔, 앨리스 고티에, 수잔 허스키, 롭 마일즈

제목_없는_아트워크 5.gif
1.png
제목_없는_아트워크 7.png
제목_없는_아트워크 8.png
제목_없는_아트워크 9.png
제목_없는_아트워크 10.png
제목_없는_아트워크 11.png
제목_없는_아트워크 12.png
bottom of page